*긴 글 양해 부탁드립니다*안녕하세요 올해 2학년으로 진급하게 되는 고등학교 2학년 여학생입니다. 현재 서울 소재 외국어 고등학교 독일어과에 재학 중이고요.원래 어릴 적부터 책과 영화를 좋아했던지라 초등학생 때부터 소설가로 진로를 굳혔습니다. 습작은 초등학교 6학년 때 처음 시작해 지금도 하고 있고, 고등학교에 진학하고부터는 문예창작과를 목표로 입시 학원도 열심히 다니고 있습니다.중학교에 다니는 내내 다른 진로는 생각해 본 적이 없을 만큼 너무나도 확고히 소설가를 꿈꿨습니다.그런데 중학교 3학년 중순부터 고등학교 1학년 때까지 우울증이 심하게 찾아와 학업에서 완전히 손을 놓아버렸습니다. 정말 말 그대로 ‘놓았습니다’. 고등학교 시험 기간에도 다른 친구들이 열두 시간씩 잠 못 자고 공부하는 동안 책 읽고 영화 보고 글만 썼습니다. 학교도 성실히 출석하지 않았습니다. 부모님이 이럴 거면 그냥 자퇴하라고 하실 만큼 정말 막 살았어요. 가뜩이나 입시전쟁이 시작되는 고등학교인데 공부 안 하니 성적은 당연히 전체 과목 9등급으로 바닥을 쳤고요.그런데 현재 활동 중인 뮤지컬 동아리에서 연출에 급격히 흥미를 느끼게 되었습니다. 고등학교에 입학한 후 처음으로 열정을 쏟는 경험을 했습니다. 감사하게도, 선배들께 여러 사람 몫을 한다는 칭찬도 들어봤어요. 2학년이 되기 전 겨울방학인 지금은 동아리 부장이 되어 내년에 공연할 작품의 각본을 쓰고 있습니다.그래서 그런지 최근 연출가라는 직업도 재밌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어요. 연출을 전공으로 유학을 가는 상상도 해 봤습니다. 하지만 연출 쪽은 성적을 많이 보는 걸로 알고 있어, 이제 와 연출가를 희망하기에는 너무 늦은 것이 아닐까 하는 우려도 됩니다. 우려라기보다는 사실에 가깝겠지만요. 일곱 여덟 시간씩 공부하고도 오 등급을 받지 못해 서러워하는 아이들 속에서 일 년씩이나 뒤쳐진 제가 뭘 할 수 있을지 잘 모르겠습니다. 사실 뭔갈 하기에도 늦은 것 같아요. 그리고 기장 큰 문제점은, 제가 노력이란 걸 할 각오가 안 되어 있다는 겁니다. 공부 습관도 제대로 안 잡힌 제가 남들만큼 할 수 있을지도 모르겠고, 또 한다고 해서 그게 될지도 모르겠고•••. 지금 상태로 따라잡으려면 다른 사람들의 배로 노력해야 할텐데 제가 과연 그걸 견뎌낼 수 있을지도 모르겠습니다. 요즘 여러모로 머리가 너무 복잡해요.어쩌라는 건지 모르겠죠. 생각만 너무 많으면 아무것도 할 수 없다는 거 잘 아는데, 저도 잘 안 되네요. 죄송합니다.어쨌거나 결론은 바뀐 진로를 좇기에는 제가 너무 늦은 것 같다는 겁니다. 사실 문예창작과를 계속 지망한다고 해도, 제가 서울예대에 합격하지 않는 이상-서울예대는 실기가 차지하는 비율이 90%이고, 정시는 수능 반영이 되지 않는 걸로 알고 있습니다-가망이 없는 거 같아요.연출을 전공해 유학을 가고 싶은데, 어디서부터 시작해야 할지 모르겠습니다. 시작이란 걸 할 수 있을지조차도요. 현실적으로 말해주셨으면 좋겠습니다. 늦었으면 늦었다고 말해주셨으면 해요. 더 이상 헛된 가능성에 취해서 살지 않게요.모쪼록 긴 글 읽어 주셔서 감사드립니다.좋은 하루 보내세요.

서울예대 연출은 성적 아예 안 봐서(실기 90이라고 써 놓았지만 안 보는 거랑 마찬가집니다) 의상, 조명, 건축 등 포트폴리오만 잘 준비하시고 면접 잘 보시면 합격입니다 그다지 어렵지 않습니다